약물 순응도, 누가 신경쓰나요?: 약물 처방에서 치료까지

약물치료를 시작한 우울증 환자의 40% 가량은 2~3달 내에 약물치료를 중단하고(Sabate, 2003), 고혈압 환자 역시 약물치료를 중단하거나 처방 받은 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비율이 2~3달 내에 20~30%까지 올라갑니다(Burnier M et al., 2013).

이처럼 처방 대로 약물 복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비순응(non-adherence)’이라고 하고, 반대로 처방 대로 약물 복용이 이루어지는 것을 ‘약물 순응(drug adherence)’라고 부릅니다.
약물 순응도가 낮으면, 개인과 보험자가 비용을 지불했으나 치료적 효과는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개인적, 사회적 손실을 야기하게 됩니다. 복약 불순응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국내에서는 조사된 바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연간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Osterberg and Blaschke, 2005). 의료비 증가를 억제해야 하는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약물순응도를 증가시켜 치료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는 특히, ‘약물치료를 주로 하는 만성질환‘이 해당될 것입니다.

그럼, 의사 진료 후 부터 처방의 전달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약물순응도가 문제가 되는 지점은,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수술적 치료의 경우, 의사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치료진에 의해서 ‘치료’가 직접 환자에게 시행(전달) 됩니다. 약물치료의 경우에는 치료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 해야할 단계(즉, 순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부분)가 많습니다. 즉, (A)진료 후 처방전을 수령하고, (B)약국에 가서 약을 조제 받고, (C)복용시각을 스스로 확인하여, (D)용법에 맞게 약물을 복용하여야 합니다.

추가로, (E)체내의 약물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의사가 약물 순응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하여 (F)병식(insight)을 증진시켜 약물순응도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A)~(F) 단계 모두가 순응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순응도 향상을 위해 각 단계 별로 어떻게 접근하면 될 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A) 진료 후 처방전 수령 & (B) 약국에서 조제 : 환자의 문제

처방전을 수령하는 것 자체의 불편함은 환자나 배부하는 의료기관에서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료 받은 의료기관 외의 기관인 약국에 따로 방문하여 약을 수령해야 한다는 것은 일정부분 불편함을 요구합니다. 의약분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습니다만, 적어도 약물 순응도 측면에서 보자면 일정부분 단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관련 논의는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에는 법령에 의해 예외적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약물 조제가 가능한데, 약물 순응도 측면에서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계에 관해서는 특별히 더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지만, 관련 법령에 의해 처방전을 보관해야 하는 약국의 입장에서는 보관비용 등의 문제, 고객유치의 문제, 고객의 약국 방문 전에 조제를 시작하여 고객 대기시간 감소 등을 위해 이 부분을 해결하고자 하는 동인이 있을 것입니다. 관련해서 ‘전자 처방전’ 서비스들이 있으니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Link].

(C) 복용시각 확인 : 환자의 문제

특정 시각에 약물 복용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복약알림 서비스들이 있는데, Medisafe, MyTherapy 등의 Reminder App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Source: medisafe.com

위와 같이 처방전 대로 약물을 등록해놓으면, 지정한 시각에 아래와 같이 약물복용 알람이 뜹니다.

Source: medisafe.com

복용을 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알림이 떠서, 복용했다고 체크할 때까지 확인을 합니다.

Source: medisafe.com

추후에 약물복용력을 정리하여 통계까지 보여줍니다. Medisafe에서 지원한 연구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에서 3~6개월 간 약 10% 정도 약물순응도를 증가시켰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한편, Reminder App의 효용성에 대한 직접적인 반론은 아니지만, 저비용의 알림 장치(Reminder device)의 효용성은 제한적이라는 연구는 참고할 만 합니다 (Choudhry et al., 2017). 이 연구에서는 심혈관계/만성질환 약물 또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를 각각 4가지 그룹으로 나눠서 Reminder device의 효용성을 검증합니다: 대조군(알림장치나 공지 제공 없음), 알림장치A, 알림장치B, 알림장치C.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알림장치A는 그 날의 약물을 복용하면 스위치를 옮겨 복용했음을 표시할 수 있는 것, 알림장치B는 최근 약물복용 후 지난 시간을 표시해주는 뚜껑을 가지고 있는 것, 알림장치C는 요일 별로 복용할 약물에 대한 보관함이 나뉘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치들의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이런 알림 장치에서는 빠져있지만, Reminder App에서는 제공되는 ‘알림’기능이 Reminder App의 핵심 기능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복약 순응도 증가를 위한 여러 개입 방법에 대한 효과를 조사한 메타연구에서 맞춤식 피드백, 강화, 보상 등의 방법이 상당히 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ripalani et al., 2007).

(D)용법에 맞게 약물 복용 : 치료자의 문제

실제 환자가 약물을 복용을 하는 시점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전의 (C) 단계에서는, 환자가 약물을 복용할 시각을 잊는 문제를, 약물 복용 알람을 제공함으로써 해결합니다. 하지만 약물 복용 알람을 제공했음에도 약물 복용을 하지 않으면, 그것을 확인해서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약물 복용 격려를 제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잊어버린 것이 아닌데도 약물 복용을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오히려 환자 보다는 치료자에게 문제가 됩니다. 치료가 처방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AI Cure 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약물을 확인하고, 이것을 입 안에 넣은 것을 다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확인합니다. 이에 대한 정보는 담당 치료진과 공유될 수 있습니다. 이 앱이 약물 순응도를 올릴 수 있다는 연구는 JMIR Mhealth Uhealth에 2017년에 출판된 바 있습니다 (Bain et al., 2017).

Source: aicure.com

하지만, 약물을 입에 넣는 것을 확인한 후 약을 입에서 꺼내게 되면 이러한 장치만으로는 확인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까지 해결한 것이 프로테우스(Proteus)라고 하는 디지털 알약입니다. 알약에 인체에 무해한 마이크로칩이 내장되어 있어서, 위에서 알약이 녹아 위산에 의해서 활성화 되면 팔에 부착된 패치에 신호를 전송하고, 이 패치가 스마트폰으로 약물 복용 정보를 전송하게 됩니다.

Source: https://sites.duke.edu/ryanshaw/2015/07/05/fda-expands-proteus-digital-healths-clearance-to-include-measuring-medication-adherence/

이 기술이 시판되는 약물에 처음 적용되는 사례는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중 아빌리파이(Abilify)정으로, Abilify MyCite라는 이름으로 FDA 승인을 받아 2018년에 출시 됩니다. 하지만 이 약물도 그 약을 처방받은 환자가 복용하였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이 복용하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산부인과 및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 acting injection)이식형 피임제제 등은 약물 순응도를 증가시키는 문제에 있어서 반드시 참고할 만 합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경구약물을 대체하여서, 의료기관에서 주사를 시행하게 되면, 누가 어떤 약물을 얼만큼 투약 받았는지 확인도 가능하며, 최소 수 주에서 많게는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효과가 지속되므로 약물 순응도 면에서 상당히 우월합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경구약에 비해 ‘주사’라는 다른 방법을 통해 약물 투여가 되는 것 외에도, 짧게는 수 주에서 길게는 수 개월에 1번만 약물 투여가 되는 것 역시 순응도를 증가시키는 데에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경구약 역시 하루에 1번 복용하는 경우 순응도(순응도±표준편차)가 79%±14%, 하루에 2번 복용하는 경우 69%±15%, 하루에 3번 복용하는 경우 65%±16%, 하루에 4번 복용하는 경우 51%±20% 까지 점차 감소합니다(Brown and Bussell, 2011). 용법에서 하루에 1회씩 복용량이 증가할 경우 대략적으로 순응도가 10% 정도씩 감소하므로,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 역시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약이라도 체내 반감기가 길어 하루에 1번 복용해도 된다면, 순응도 역시 올라갈 것입니다. 메타연구에서도 약물 복용 횟수를 줄이는 것은 복약 순응도 증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개입 중 하나라는 결과가 있습니다 (Kripalani et al., 2007).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방형 제제(Extended release, Sustained release)를 사용하여 복용횟수를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많은 제약회사들이 여기에서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E)체내 약물 농도 측정 : 치료자의 문제

위의 (D) 항목에서 다루던 내용과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약물이 용법대로 투약되어 적절한 효과를 나타내는지 확인하는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약물 순응도 면에서 보자면,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Therapeutic Drug Monitoring)은 체내 약물농도 분석으로 간접적으로 약물복용 확인 가능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Lithium, Valproate, Risperidone, Clozapine 등의 약물이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 방법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정보가 의사에게 제공되고, 이것을 놓고 환자와 상의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환자와 의사 모두 약물 순응도 문제를 인식할 수 있어 약물 순응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혈중농도 측정 외에도 약물 타겟이 되는 뇌의 수용기(receptor)의 약물 점유 상태(occupancy)를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으로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다르다는 점 외에, 약물 순응도의 측정 관점에서는 혈중농도 측정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F)병식(insight) 증진 : 치료자의 문제

교육을 통해서 약물 순응도를 증진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 차례의 회기(multisession)로 이루어진 정보 제공 교육은 약물 순응도 증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Kripalani et al., 2007).

이에 대해서는 ‘3분 진료’로 불리우는 우리나라의 박리다매식 진료 행태에서 더욱 문제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육상담료 신설 등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교육 자료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 현재 의료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헬스브리즈(www.healthbreeze.com)’입니다. 헬스브리즈는 각 학회와 협력하여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환자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합니다. 기사를 보면, 비즈니스 모델은 의료기관에게 일정 금액(의원의 경우 월 3만원, 전송료 건당 200원)을 받아 학회, 헬스브리즈, 전자차트 회사가 배분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교육상담료 신설이 되었기에, 적절한 비용을 환자 및 보험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사용할 충분한 동인이 있을 것입니다.

짧은 진료 시간 동안 충분한 환자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제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더 심하다고 하며, 이 때문에 헬스브리즈는 최근 중국 시장에 상당히 환영 받으며 진출하였습니다.

요약

정리하자면,

(1) 낮은 약물 순응도는 만성질환에서 비용지출에 상응하는 적절한 치료적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2) 복약 불순응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미국에서 연간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3) 복약 순응도 증가에 있어 Reminder App에서는 제공되는 ‘알림’기능이 Reminder App의 핵심 기능일 수 있다.

(4) 약물 복용 시점에 복약 확인을 하는 방법이나 하루 복용 횟수를 줄이는 방법을 통해 복약순응도를 증가시키려는 시도가 있다.

(5) 정보 제공 교육을 통해 약물 순응도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최근의 교육상담료 신설은 시장이 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FERENCES

[1] Sabate E, Adherence to long-term therapies: Evidence for action, Geneva, Switzerland: World Health Organization; 2003. [Link]

[2] Burnier M et al., Measuring, analyzing, and managing drug adherence in resistant hypertension, Hypertension. 2013 Aug;62(2):218-25 [PubMed]

[3] Osterberg and Blaschke, Adherence to medication, N Engl J Med. 2005 Aug 4;353(5):487-97. [PubMed]

[4] Choudhry NK et al., Effect of Reminder Devices on Medication Adherence: The REMIND Randomized Clinical, JAMA Intern Med. 2017 May 1;177(5):624-631 [PubMed]

[5] Kripalani et al., Interventions to enhance medication adherence in chronic medical conditions: a systematic review, Arch Intern Med. 2007 Mar 26;167(6):540-50. [PubMed]

[6] Bain et al., Use of a Novel 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on Mobile Devices to Assess Dosing Compliance in a Phase 2 Clinical Trial in Subjects With Schizophrenia, JMIR Mhealth Uhealth 2017;5(2):e18 [PubMed]

[7] Brown and Bussell, Medication Adherence: WHO Cares?, Mayo Clin Proc. 2011 Apr; 86(4): 304–314. [Pub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