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iOS의 ‘건강’ 앱(Health data)에 활동, 영양, 수면과 함께 ‘마음 챙기기’가 들어간 이후로, 마음챙김(mindfulness)이 조용한 화제가 되었죠. 이후로 관련 도서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실리콘 밸리에서 하는 핫(hot)한 트렌드’라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 세계 최고 인재들의 집중력 훈련법).
미국의 Jon Kabat-Zinn 박사가 시작한 마음챙김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은 이 글에서는 건너뛰도록 하겠습니다. 동양의 명상법 중 ‘마음챙김’이라고 하는 특별한 방법을 임상에 도입한 것이 1970년대이고,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가 우울증의 유지치료를 시작으로 현재는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등의 각종 불안장애, 불면증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역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3년 째 MBCT 프로그램에 보조 치료자나 주 치료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이 ‘마음챙김’을 주요 서비스로 하는 ‘마보(mabo)’가 더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와디즈에서 펀딩을 시작하며 이름을 알리게 된 ‘마보’는 현재 가히 우리나라 대표 마음챙김 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실제 임상에서 치료적으로 마음챙김을 이용하는 치료자의 입장이기에, 이런 관점도 가지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팀
- 유정은님: Founder & CEO
- 서울대학교 조직심리학 박사 수료 / Warwick Business School 인사조직 석사 /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 PwC, Accenture, IBM GBS 인사조직 컨설턴트
-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대표
- 권기헌님: 음향 엔지니어, CSO
- 강소영님: 일러스트레이터(Part-timer)
- 백지혜님: SNS 콘텐츠 담당(Part-timer)
풀타임 2명에 파트타임 2명의 간소한 팀 구성입니다. 멤버 구성이 컨텐츠가 강점인 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리학 백그라운드는 유정은 대표가 유일한데, 아마도 학력과 경력을 보았을 때 심리, 경영 쪽은 대표가 직접 처리하는 것 같습니다. CSO이자 음향 엔지니어인 권기헌님 인터뷰를 보면 아마도 ‘아는 동생’이란 인연으로 팀에 합류하게 되신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실제 사용하면서, 마음챙김 녹음 멘트의 높은 질, 예쁜 일러스트에 감탄하곤 했는데, 팀 구성 자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가 심리학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정신건강 분야 스타트업으로서 하나의 강점일 것입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유정은 대표가 직접 구글 내에서 진행되는 마음챙김 모임인 SIY(Search Inside Yourself)를 창시한 Chade Meng Tan을 만난 후 2013년부터 마음챙김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정은 대표 스스로가 한국내면검색연구소 일을 하면서 기업에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학문적으로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한 전문성을 보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무슨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마보 팀은 팀의 미션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의 미션은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입니다.
그리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1) 구글의 마음챙김 기반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 기업에 전파하는 일, (2) 마음챙김을 통해 창업가들을 연결하는 일, (3) 마음챙김의 대중화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팀 인터뷰의 ‘왜 이 일을 하나요?’ 부분을 읽어보면, 위의 세 가지 중 3번째인 ‘마음챙김의 대중화’를 가장 큰 문제의식으로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 마보라는 앱을 통해서 이런 일들이 어떻게 달성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유정은 대표가 한국내면검색연구소에서 기업에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한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고, 마보도 그 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면이 있습니다.
대표의 생각은 어떤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무언가 ‘마음이 불편할 때’ 이것을 ‘편하게 바꾸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마음이 불편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기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마보 앱 내부의 ‘기분별 마음보기’나 사용자들의 코멘트를 봐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치료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마음챙김 자체는 현재 상태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현재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 특히, 비판단적으로’ 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익힘으로써 좀더 스스로를 자각하고, 스트레스와 함께 지낼 수 있는 힘이 키워지는 것입니다. 마음챙김에 자체에 대한 글은 아니니 이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언급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마보 팀의 문제의식은 ‘현재 한국에서 대중화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 마음챙김을 대중화 시키겠다’는 것 같습니다. 다만, ‘마음챙김이 대중화되지 않은 것’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것이 과연 문제일까, 그리고 그것이 누구의 문제일까, 하는 점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마보 팀에서도 언급 하듯, 마음챙김은 궁극적으로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마음의 운동’ 같은 것입니다. 사용자가 ‘불편한 마음’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을 때, 이것을 마음챙김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마음의 힘을 키워주어 해결하는 것은 너무도 먼 과정입니다. 물론, 이것이 가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저도 마음챙김의 효과를 신뢰하며 실제 치료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사용자의 문제를 마음챙김을 익히게 하여 해결하는 것에는 (교육을 포함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실제 치료적 세팅에서는 마음챙김의 객관적 효과(뇌영상에서 확인된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들, 논문으로 출판된 각종 시험 결과들)를 전달하여 ‘마음의 운동’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를 치료 내내 반복합니다.
마음챙김이 ‘마음의 운동’이라면, ‘육체적 운동’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약한 몸’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운동을 통해 ‘몸의 힘(체력)’을 키워주어 이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운동이 체력을 키우는 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몸의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고, 운동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에서 이런 증거들을 접하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따라서 ‘약한 몸’이란 문제를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워서 해결해야 겠다는 ‘연결고리’가 좀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입니다.
하지만, ‘마음의 운동’에서 이것은 좀 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그런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실제 육체적 운동을 할 때 혼자 그것을 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 피트니스센터에서 개인 PT(Physical Training)를 받듯, 옆에서 ‘트레이너’가 지도를 해주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는 MBCT나 MBSR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 그런 역할을 하는 치료자가 존재하나, 이것을 ‘앱’이라는 형태로 옮겨올 때는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육체적 운동 분야에서 ‘Nike Training’ 앱이 이것을 상당히 잘 구현했다고 생각하는데, 뒤쪽에서 한번 더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3) 서비스
메인 화면에서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볼 수 있습니다.
네 가지 카테고리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마음보기 시작하기.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챙김에 대한 소개(Instruction)를 해주는 부분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마보 컨텐츠를 통틀어서 이렇게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는 부분은 이 ‘마음보기 시작하기’ 부분이 유일합니다.
두 번째, 주의력 집중훈련입니다.
마음챙김 명상 훈련에서 자주 사용하는 ‘바디스캔(Body Scan)’, ‘호흡명상’, ‘잠시멈춤’ 등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기분별 마음보기입니다.
이 부분에서 특히 사용자의 ‘불편한 마음’이란 ‘문제’를 ‘편안한 마음’으로 바꾸려고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 자체가 ‘마음챙김’ 자체의 목표는 아닌데, 마보의 경우 이렇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상황별 마음보기입니다.
여러 상황이 나열되어 있고, 이것들 중에 선택하는 부분이 마보를 사용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조금 이질적인 상황들이 섞여있는 것들에 아쉬운 마음은 듭니다. ‘마음챙김 먹기(mindful eating)’ 같은 경우엔, 체중감량이나 식이조절에도 활용되는 방법이고, ‘중독’에 대한 부분도 조금 카테고리를 분리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컨텐츠 구성이 기분별, 상황별로 사용하는 쪽으로 되어있습니다.
컨텐츠를 실행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옵니다. 실제 해본 사람들의 피드백을 노출시켜서 컨텐츠에 대한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다음은, 실제 컨텐츠를 실행한 부분입니다.
가운데 원이 살구색으로 가려져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살구색 부분이 점점 내려가면서 가운데 로고가 드러나게 됩니다. 컨텐츠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서 서버에서 재생되는 형식으로, 인터넷 연결이 없으면 재생되지 않습니다.
컨텐츠 재생이 끝나면 자신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셜적인 부분을 잘 구성해서 사용자들 사이에 ‘커뮤니티’가 구성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컨텐츠 재생을 완료하지 않은 경우, 이러한 코멘트는 볼 수만 있지, 작성은 불가능합니다.
위에서도 보여드린 스크린샷인데, 현재 사용자들 수와, 컨텐츠에 달린 코멘트들을 모아서 보여주어 ‘함께 하고 있다’는 커뮤니티적 느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마보 서비스에서 상당히 잘 된 부분이라고 느낍니다.
‘내 정보’ 탭에서는 전체 사용 일 수, 명상 횟수, 명상 시간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기록부’ 같은 역할이고, 앞으로 할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짜거나 하는 것(‘계획’)은 없습니다.
(4) 임상적 유효성
PubMed에서 ‘mindfulness’를 키워드로 넣어 검색하면 수 천 편의 논문이 나옵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등 실제 임상에서, 특히 우울증에서 확립된 치료적 방법이므로 임상적 유효성은 상당 부분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6년 발표된 우울증에 대한 캐나다의 CANMAT(Canadian Network for Mood and Anxiety Treatments) 가이드라인에서는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인지치료 MBCT가 우울증 유지치료에 일차치료(first line treatment)로 올라가 있습니다. 급성 우울증 치료에도 이차치료(second line treatment)로 되어 있습니다.
실제 증상의 변화뿐 아니라, Brain MRI를 비롯한 뇌 영상 검사에서도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 시행 전, 후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연구[1]를 보면, 결국 마음챙김이 ‘마음의 근육’을 키워준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5) 비즈니스 모델
사용자에게 직접 청구하는 모델이고, 기본적으로는 ‘구독(subscription)’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1개월(3,300원)을 기본으로, 3개월, 6개월, 12개월 식으로 되어 있고, 할인율이 올라가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다만, 스토리 펀딩 등에서 ‘평생이용권’을 판매한 적이 있고, 현재도 기업용으로는 ‘평생이용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평생이용권 판매를 지속하면, 수익구조에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제 생각으로는 위의 ‘(2) 무슨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부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마보 자체가 한국내면검색연구소의 하나의 ‘확장(extension)’ 같은 느낌이라서, 그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챙김’의 보급, 특히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런 식의 과금 형태도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마보’만 떼어놓고 보자면, 평생이용권을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수익구조에 악영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6) 제안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MBSR(일반인 대상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MBCT(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지치료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일정이 규칙적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정은 대표의 한국내면검색연구소에서 제공하는 SIY(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 내용을 봐도 이와 같이 ‘운동처럼’ 규칙적으로 익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마음챙김을 ‘마음의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운동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운동 앱 중 대표적인 것으로 ‘Nike Training’이 있는데, 혼자서도 마치 피트니스 클럽에서 PT를 받듯이 운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의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다음과 같이 프로그램의 구성이 설명되어 있고, 시작하면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음챙김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 구성을 벤치마킹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실제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것처럼 ‘마음챙김’을 함께 하면서 피드백을 제공해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의 접근으로 좀 더 ‘마음의 운동’을 더 잘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실제 오프라인 세션처럼, 세션이 진행되는 시각을 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건 Nike Training 앱도 비슷하게 적용됐으면 하는 것)
요약
(1) ‘마보(mabo)’는 현재 국내 대표 격인 마음챙김 앱이다.
(2) 마보 앱이 그 자체로서 완결된 서비스라기 보다는, ‘마음챙김’을 국내에 보급하고자 하는 한국내면검색연구소 서비스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3) 최고 수준의 컨텐츠 덕에 마음챙김의 국내 보급에는 분명히 한 역할을 하겠지만, 마음챙김을 정식으로 훈련하기에는 프로그램 보완이 필요하다.
(4) 비즈니스 모델에서 ‘구독’ 형태로 사용자에게 과금하고 있는데, 여전히 판매하고 있는 ‘평생이용권’은 부담이 될 수 있다.
(5) ‘마음의 운동’인 마음챙김을 훈련하는 데 있어서, 신체적 운동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을 벤치마킹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REFERENCES
[1] Hölzel BK et al., Mindfulness practice leads to increases in regional brain gray matter density, Psychiatry Res. 2011 Jan 30;191(1):36-43.
안녕하세요, 마보 대표 유정은입니다. 저희 마보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분석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 저도 읽으면서 이렇게 상세하게 관심을 가져 주시다니 너무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주신 의견도 더 꼼꼼하게 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반갑습니다^^
마보 앱을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또 마음챙김을 직접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 임상가의 입장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오프라인 프로그램도 더욱 활발히 진행하시는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마보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